일기 14

처음 죽음에 대해 생각했을 때의 기억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주말 예능으로 한창 X맨이 인기가 많았었던 쯤, 그리고 추측하건데 중학생 이전쯤해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봤던거 같다 그 당시 우리집에서 어린애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어 가면 꽤나 큰 마트가 하나 있었다. 3층인가 4층까지 있고, 전국구에서 손에 꼽힐 만큼 잘되는 마트였는데 그 마트 맞은편에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던거 같다 40살이 되면 붉은 원피스를 입고 저기서 뛰어내리자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내가 우울했나? 잘 모르겠다 40살인 이유는 기억난다 굉장히 어른이 된지 오래이고 백세시대니까,, 반정도 살았으면 됐지 않나 싶었던 이유 그 당시 나는 우울했을 수도 있고 그냥 좀 얌전하고 평범한 애였을 수도 있고 그래도 병적인 증상은 아..

blue blue diary 2022.07.12

Y가 죽었다.

지난 10년간 친구였던 Y가 죽었다. 며칠 전까지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아서였나 친구가 전해준 Y의 소식이 무슨 뜻인지 해석되지 않았다. 뭔가 착오가 있어서 잘못 전해진 소식인 것 같았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Y에게 좋은 일 많이 생길거야, 라고 카톡했던게 끝이였다. Y의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 Y의 소식이 알려진게 이미 화장이 끝난 후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인사도 건네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웠다. 10년 전 Y를 처음 알게 됐을 때 그 친구를 참 많이 부러워 했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사람이었다. Y는 같이 있으면 친하지 않아도 편한 사람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던 친구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활기찰까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나랑 달리 정말로 따뜻한고 착한 사람이었던..

blue blue diary 2022.05.07

겨울이 싫다

예전부터 뭔가가 마무리되고 다시 시작은 겨울이 싫었다. 흔히 봄이 시작이라고 하지만 일 년의 시작은 여전히 겨울이니까. 매번 뒤돌아 볼 때 마다 변한 것도 없고 한 것도 없고 남들은 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나 혼자 멍하니 뒤처져서 서 있기만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도 대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여전히 원하는 바는 없고 내가 잘 하는 것은 보잘것없으며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은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래서 늘 그렇게 외면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외면하는 사실들이 쌓여 갈수록 내가 그걸 잊을 수 있는 건 아니어서 해결되는 것 없이 뒤로 미루고만 있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그것들도 다시 스트레스가 되어서 더욱 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과 남들이 보는 나..

blue blue diary 2021.11.30

병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

병원에 정기검진을 갔다 왔다. 꼬박꼬박 다니면서 좋아지면 기간이 좀 길어지고 안 좋아지면 좀 짧게 다시 만나면서 벌써 만 2년 정도 된 것 같다. 아마도? 처음에는 의사가 치료기간을 1년 정도라고 얘기했었는데 그때는 내가 얘기 안 한 점이 많으니까 뭐... 그래서 병원에 대해서 얘기하면,,, 병원에 가면 내 상태가 어떤지 한층 더 잘 느껴진다. 의사를 대하는 내 태도 때문에 하루에 적어도 수십 명 수백여 명을 만날 의사에게 나는 크게 관심을 둘 환자는 아니겠지만 그 의사를 만나면서 내가 어떤지 내가 볼 수 있다. 안 좋을 때는 아무래도 좀 더 삐딱하고 방어적으로 대하게 돼서 이번에는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다. 상황이 특별히 좋아진 게 아니라 그냥 전만큼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하지 않구나. 좀 더 버틸 수 있..

blue blue diary 2021.11.21

오늘 후회하는 일

항상 이성적으로 살고 싶다. 가끔 순간적으로 굉장히 감정적으로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나와버린다. 그러면 번번이 후회할 일이 생기고 만다. 오늘도 그렇고 그냥 내가 한 번 더 참고 넘어갔어야 하는데 그냥 평소처럼 넘길걸 그 말에 상처 받은 사람을 보는 게 힘들다 속마음을 얘기하고 나서 시원한 적이 있었나 기억나는 건 항상 아, 괜히 말했다 하는 후회 하긴 그러니까 이렇게 아무도 보지 않을 만한 곳에 외치고 있지. 모르겠어 그냥 내 말에 어떡하면 좋아 어흐흑하지도 말고 세상은 살만해 아름다운 거야 가치 있는 거야 하지도 말고 네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말하지도 말고 그냥, 많이 힘들었겠다고 위로해주면 좋겠다. 사실은 그런 거 같아 맨날 말 안 하고 숨기고 생각 안 ..

blue blue diary 2021.10.13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 무섭다.

어릴 때 거울을 보면서 '행복하니?'라고 스스로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난 나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게 무섭다. 내가 나를 알면 안좋은게 잔뜩 있을 것만 같아서... 이미 알고 있는 '안 좋은 나'를 피하지도 못하고 똑바로 봐야할 것 같아서. 부정적인 감정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을 텐데, 불안, 두려움, 슬픔, 무기력, 후회... 이런 감정을 들여다 보기 무섭다. 최근에 감정기복이 더 심해진 건지 이런 생각을 하기만해도 목 아래에서 울컥하고 북받친다. 그러면 뭔가... 이상한 말이지만 알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외면하고만 싶은걸 내가 나를 잘 알아야한다는데 왜 나는 나를 보기 힘들까? 사실 알고 있다. 내가 바라는 내가 너무 이상적인 사람이라서 ..

blue blue diary 2021.09.30

디그니타스에서 사용하는 약물에 대하여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디그니타스가 약물을 이용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디그니타스에서는 평온하고 고통이 없다고 말하지만 생각보다 평온해보이지 않았다. 그런 말도 있고 그래서 무슨 약물을 쓰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디그니타스에서 사용하는 약물은 바르비투르산염 barbiturate 이다. 약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참 읽기도 힘든 이름인데 어떤 약이고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위키에서 찾았다. 위키가 전문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약학 전공자들도 위키에서 검색한다고 하니 대충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자.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은 barbiturate 구글에 쳐서 나오는 결과를 읽어보고 어쨌든 위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864년 처음 만들어진 바르비투르산염은 중추신경..

blue blue diary 2021.09.18

당신 곁의 우울증

이 글을 어떤 사람이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곁에 우울증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서 쓰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다. 혹은 우울증 환자라는 걸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당신께 우울증을 처음 진단 받은지 10년이 지났다. 물론 좋아졌을 때도 있지만 어쨌든 그 모든 기간을 포함해 누군가가 "너는 지금 정상이 아니니 병원에 가야 한다" 라고 말한 적은 단 한 명이 한번 말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대체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새로운 사람과도 쉽게 어울리고 잘 웃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날 진단한 전문가중 한 명은 사회적 미소를 계속적으로 짓는다고 평가도 했으니 아주 방긋방긋 웃는 편이다. 가끔은, 너는 웃는 상이라서 보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비해 집중력이..

blue blue diary 2021.09.08

이건 말하자면 생존신고입니다.

꾸준히 쓰자고 생각했는데 약간 바쁘고 덥고 컴퓨터가 고장 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 보니 벌써 3개월쯤 지났네. 혹시 걱정하는 누군가를 위해 오늘은 글을 짧게 남긴다. 저는 잘 살아있어요. 자격증 준비를 했는데 대단한건 아니지만, 필기는 붙었고 실기는 떨어졌다. 그래서 주말에 다시 치려고 하고. 어떻게 살았냐면 꽤 즐겁게 살았어요. 자격증처럼 새로 시작해본 일도 있고 새로 취미삼아 하고 싶은 일도 찾아서 해봤고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도 만나서 대화해봤다. 그러면서 즐거웠다 슬펐다 울었다 화났다 했으니 꽤 잘 지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허기도 느끼지 않아 하루 종일 숨만 쉬면서 보내던 어느 날과 비교하면 생기발랄하기도 하게 해보고 싶은 것도 생겼고, 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도 생겼고 ..

blue blue diary 2021.09.07

양면

알프레도 아들러가 말했다. 단점의 장점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참 따뜻한 말 아닌가. 당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만 당신의 단점에 대해서 말해 보세요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두룩 떠오른다. 예민함, 가식, 약간 고루한 생각들... 하지만 이건 아들러식으로 생각하면 기민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사회성의 산물이고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다만 말을 바꾸는 것이지만 이렇게 반대편에서 서서 보면 내가 내 인생을 악마의 편집하고 있구나, 싶다. 분명히 좋았던 기억, 잘했던 것들, 뿌듯했던 성과 이런 게 있는데 이런 기억은 기억해내려고 노력해야만 하고 때로는 겨우 떠올려도 그 뒤에 나쁜 기억들이 따라붙기 십상이다. 잘 끝난 일의 사소한 실수, 미숙했던 대처, 아니면 그냥..

blue blue diary 2021.06.21